1985년 겨울 학력고사를 마친 홀가분한 기분에 친구 둘과 함께 시내 중심가로 나갔다. 주머니엔 모아뒀던 돈이 조금 있었고, 각자 보고 싶은 책을 사서 돌려보기로 했다. 제과점에서 풍겨오는 빵 냄새의 유혹을 뿌리치고 조금 더 걸어 서점의 문을 열었다. 그저 제일 두꺼운 책을 사야 하릴없는 고3의 겨울을 날 수 있겠다 싶었다. 한 친구는 칼 세이건의 '코스모스'를 골랐고, 나는 비슷한 두께인 리처드 리키의 '오리진'을 집었다. 27년 동안 잊고 지내던 기억이 지난주에 어제인 듯 살아났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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